배우 공유와 김고은, 이동욱과 유인나가 출연하면서 시작부터 화제가 되고 수많은 명대사와 명장면을 만들어낸 드라마 ‘도깨비’는 한국 로맨스 드라마의 형식을 탈피하여, 판타지와 문학, 그리고 철학의 결합체로 재정의된 김은숙 작가의 대표 작품입니다. 이 성공의 중심에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문체와 대사 전략이 드라마 깊숙이 자리합니다. 김은숙 작가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말이 감정을 만들고, 문장이 세계관을 조직하며, 대사가 운명을 끌어가는 이 드라마의 중심축은 로맨스에 집중된 흥미 요소가 아닌 언어에 기반한 정교한 스토리 구조입니다. 본 글에서는 문학적 관점과 서사학 이론, 드라마 대사론을 바탕으로 김은숙 작가의 문체와 대사를 스타일, 기승전결 구조, 그리고 로맨스라는 세 가지 축에서 전문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시적 운율과 감정의 표현 스타일
김은숙 작가의 대사 하나하나는 평면적인 일상어가 아닙니다. 문어적 문장과 운율감 있는 리듬, 그리고 시적 심상이 결합된 형태로, 현실과 비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독특한 언어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도깨비 김신의 대사 중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서정시입니다. 이 문장은 서사적으로는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도구지만, 문체적으로 보면 3단 반복 구조를 활용해 리듬과 감정의 진폭을 확장합니다. 이러한 문체 속 김은숙의 대사는 캐릭터의 정체성과 존재론적 위치를 언어로 형상화합니다. 도깨비 김신은 현실 너머의 존재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그런 그의 언어가 현대적 구어체가 아니라 문어적이고 시적인 이유는, 말투를 통해 초월적 존재성을 설득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그녀는 대사 속 은유(metaphor)와 상징(symbol)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첫눈은 사랑의 시작이자 이별의 징조이고, 초는 생과 사를 연결하는 매개물로 등장합니다. 이런 요소들은 연출을 위한 설정을 넘어 언어적 층위에서 전체 서사를 뒷받침하는 정서적 장치로 기능하며, 이는 미장센과 결합된 언어적 연출로도 해석됩니다. 김은숙의 대사는 장면의 조명, 색감, 카메라 무빙과 완벽히 조응하도록 설계됩니다. 대사가 단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화면 속 시적 장면 구성의 일부로 기획된다는 점이 그녀 문체의 가장 독창적인 특징입니다.
비선형 감정 서사와 기승전결
일반적인 드라마의 기승전결 구조는 선형적입니다. 즉, 사건이 발생하고, 갈등이 고조되며, 이후 절정과 결말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드라마 도깨비는 이 규칙을 깨뜨립니다. 김은숙 작가는 시간을 중첩시키고 감정을 선행하는 비선형 구조를 통해 기존 드라마의 리듬을 해체합니다. 초반부터 그녀는 스토리의 중심을 사건이 아닌 감정의 축적에 둡니다. 주요 사건은 미뤄지고, 인물의 감정선이 먼저 흐르며 관계의 감정이 먼저 완성되고 이후에 서사가 따라오는 구조입니다. 이런 감정 우선 구조는 문학의 서정 서사와 유사합니다. 즉, 감정을 중심으로 플롯이 재구성되는 형태입니다. 이 서사 전략은 특히 회상(flashback)과 전생과 현생 구조를 반복하며 강화됩니다. 과거 고려시대의 김신과 현재의 김신이 교차 편집되고, 죽음의 신(왕여)의 기억이 후반부에야 회수됩니다. 이런 구조는 감정적 몰입을 유도함과 동시에, 시청자로 하여금 기억이라는 메타 서사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만듭니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이런 구조와 정교하게 연동됩니다. 감정이 폭발하는 지점에서는 대사가 압축되고, 설명은 배제되며 침묵과 시선, 연출이 문장을 대체합니다. 이는 대사에서 전달할 수 있는 정서를 시청자 내면에서 해석하게 만드는 서사적 장치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기승전결은 전통적 구성과는 달리, 세계관과 감정선의 잔잔한 제시를 하고, 감정의 누적과 언어적 충돌로써 운명적 반전의 언어와 존재론적 통합과 서정적 퇴장이라는 비사건 중심 서사 전략을 보여줍니다. 이는 김은숙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서사적 문법이자, 대사가 플롯을 넘어 정서의 구조를 만드는 작가주의적 방식입니다.
존재론적 로맨스의 재해석
‘도깨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로맨스가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감정선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된다는 점입니다. 김신은 죽을 수 없는 존재이고, 은탁은 죽을 운명을 가진 인간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넘어 생과 사, 불멸과 유한, 기억과 망각이라는 테마로 확장됩니다. 김은숙 작가는 이러한 구조 속에서 로맨스를 전개하는데, 이때 핵심은 사랑은 시간을 뛰어넘을 수 있는지를 시험합니다. 예를 들어 김신이 은탁에게 “너는 나의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었고, 나의 유일한 이름이었다”라고 말하는 순간, 이 대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존재 전체의 귀속을 의미하는 언어적 선언입니다. 더불어 김은숙 작가는 로맨스 장면에서 정지된 시간을 활용한 대사 배치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인물 간 대화가 멈추고, 배경음악이 흐르며 카메라는 느리게 회전합니다. 이때 나오는 한 마디 대사는 수십 마디의 설명보다 더 큰 정서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대사 전략은 연애 감정을 단지 달달한 관계로 축소시키지 않고, 시간과 운명을 통합하는 서사적 동력으로 사용합니다. 로맨스가 갈등을 위한 장치로 쓰이지 않고, 전체 세계관을 관통하는 메타포(은유)로 작동하는 구조입니다. 이 점에서 김은숙은 평범한 멜로 작가를 넘어 운명과 존재론을 로맨스로 번역하는 스토리텔러라 할 수 있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문체와 대사는 작품 속에서 언어로 인물의 정체성을 만들고, 대사로 시간과 운명의 논리를 제시하며, 문체로 전체 서사를 시적 밀도로 조직하는 서사 기획자입니다. ‘도깨비’는 그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녀는 대사를 문학적 장치로 활용하고, 문체를 정서적 리듬으로 변환하며, 로맨스를 존재론적으로 풀어내고, 구조를 감정 중심의 선형으로 재편합니다. 김은숙 작가는 말로 감정을 드러내거나 쓰지 않습니다. 그녀는 문장으로 서사를 압축하고, 침묵으로 관계를 설명하며, 운율로 감정을 흔들어냅니다. 이런 언어의 힘은 '도깨비'라는 판타지 장르를 단순한 재미와 흥미를 넘는 감정적, 철학적 경험의 장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결국 ‘도깨비’는 김은숙이라는 작가의 언어적 통치력과 문학적 통찰, 그리고 서사적 실험이 완벽하게 맞물려 완성된 작가주의 드라마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녀의 문장 속에서 단순히 말을 듣는 것을 넘어 감정을 읽고, 존재를 이해하고, 관계를 공감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김은숙 작가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이며, 한국 드라마 언어의 지형도를 바꿔놓은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