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드라마가 TV 속의 이야기로만 머물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최근 한국드라마는 강력한 소비 촉진 도구이자 문화 파급력을 지닌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도시와 군 단위 지역이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면서, 해당 지역이 드라마 성지로 떠오르고 관광객이 몰리는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이러한 드라마 콘텐츠가 만들어낸 소도시 중심 관광 트렌드의 실태와 사례, 그리고 소비 전략을 통한 마케팅과 그 지속 가능성에 대해 심층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관광 트렌드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된 배경과 공간은 서사적 맥락을 입고 감성적 장소로 전환되며, 시청자에게는 평범한 배경을 넘어 직접 가보고 경험하고 싶은 장소가 됩니다. 특히 한국 드라마의 미학은 일상의 풍경에 감정과 이야기를 입히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대도시보다는 오히려 소도시나 농촌, 항구 마을, 전통 거리 등의 장소에서 더욱 극대화됩니다. 예를 들어, 경북 군위군의 화본역은 '미스터 선샤인'의 배경으로 쓰이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정서적 아픔과 낭만을 절묘하게 섞어낸 작품이었고, 화본역은 시간이 멈춘 듯한 감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소였습니다. 드라마 방영 이후 이 작은 간이역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레트로 감성 여행지로 급부상했고, 해당 지역의 카페나 게스트하우스, 기념품 가게들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전북 군산은 '동백꽃 필 무렵'과 '최강 배달꾼' 등의 연이은 작품으로 로케이션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 도시입니다. 일본식 가옥과 1930년대 근대문화유산이 다수 보존된 이 도시는 드라마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져 한국의 로맨틱 레트로 도시라는 브랜드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실제로 방영 직후 군산시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8배 증가했으며, 군산시는 촬영지를 중심으로 도보 코스와 체험형 관광 상품, 그리고 해설 프로그램을 연계하여 지역 경제와 연결시키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이처럼 드라마의 작품에서의 장소는 하나의 스토리텔링 자원이자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핵심 자원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특히 기존 인프라가 부족한 소도시에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부여하는 관광 트렌드로써 문화적 레버리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소비 전략
드라마가 지역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살펴보면, 이 변화는 관광 유도로만 그치지 않고 이러한 콘텐츠는 도시의 정체성과 소비문화를 동시에 변화시키는 도구가 됩니다. 특히 드라마가 만들어내는 도시 이미지는 관광객에게 해당 지역을 경험하고 싶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을 소비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중에서도 포항 구룡포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갯마을 차차차'가 방영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룡포는 조용한 어촌 마을로,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 심각한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 갯마을 공진이라는 설정은 이 지역을 따뜻하고 정감 있는 공간으로 재해석했고, 소규모 상점과 낡은 골목과 바닷가가 가진 일상적인 매력이 재조명되며 구룡포는 힐링 여행지로 변모했습니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도 지역 상인회와 지자체는 촬영지 인근에 포토존 설치를 하며 드라마 콘셉트를 차용한 소품샵 오픈, 촬영 장소 지도를 제작해 관광객 유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릉 주문진은 '도깨비' 촬영지로 각광받았지만, 콘텐츠 활용의 지속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초기에는 도깨비 해변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했으나, 이후 시설 관리 부족과 주민들의 불편, 수익 공유 미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기적인 콘텐츠 효과에만 의존하고, 지역 경제와의 유기적 연계 시스템이 부재할 경우 콘텐츠 소비가 소모로 전락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제주도는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일상형 제주라는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귀포시 외곽과 한경면 등 비주류 지역이 중심이 된 이 작품은 관광객이 잘 가지 않던 마을과 풍경을 따뜻하게 조명했고, 이에 따라 소규모 민박과 로컬 식당, 체험형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습니다. 지자체는 이를 계기로 콘텐츠 관광 클러스터 지정을 추진 중이며, 이러한 현상은 작품을 통한 관광 유입을 넘어 지역 경제 구조에 콘텐츠가 녹아드는 장기 전략의 시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 촬영지 마케팅
드라마 촬영지 마케팅은 분명 효과적인 지역 마케팅 수단이지만, 한편으로는 콘텐츠 의존형 마케팅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콘텐츠 수명이 짧고 관광객 유입이 일시적이며, 과도한 상업화와 지역 정체성 간 충돌 가능성이 있습니다. 먼저 콘텐츠의 유효 기간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대부분 드라마는 방영 후 3~6개월 내에 강한 파급 효과를 발휘하지만, 이후 급격히 관심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지자체와 관광청은 방영 이후 시점부터의 계획을 사전에 설계해야 하며, 포스트 콘텐츠 전략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메이킹 영상 공개나 현장 재해석 콘텐츠, 캐릭터 체험 이벤트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만 파급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현지 주민과의 갈등입니다. 관광객 급증으로 인한 소음과 쓰레기, 무단출입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과잉 관광(overtourism)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드라마를 통한 홍보가 오히려 지역민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 협의와 인프라 구축이 중요합니다. 세 번째는 콘텐츠와 지역의 스토리 일치성입니다. 단지 촬영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상품화에 나서면, 방문자에게 진정성 있는 경험을 제공하지 못하고 소비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드라마의 서사적 맥락과 지역 문화와 자산을 결합한 스토리텔링 관광이 필요하며, 이러한 다양성을 위해서는 전문가 그룹, 문화기획자, 로컬 브랜드와의 협력이 필수입니다. 성공적인 예시는 스위스 인터라켄입니다. '사랑의 불시착' 이후 관광청은 드라마 속 루트를 공식 여행 코스로 편성하고, 지역 상권과 연계된 한류 팬 대상 이벤트를 지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협력 체계와 기획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콘텐츠 마케팅이 지속 가능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
한국국드라마는 영상 콘텐츠와 동시에 도시를 브랜딩 하고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문화 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기존 인프라가 부족한 소도시들이 드라마 촬영지로 활용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은 드라마의 흥행 때문만은 아닌, 지역이 콘텐츠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지자체와 제작사,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콘텐츠의 감성과 지역 고유의 스토리를 연결할 수 있다면, 드라마는 일회성 소비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도시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확장하는 통로로서, 더 많은 소도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어넣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