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작가 시선으로 본 일타 스캔들 (구성, 전개, 메시지)

by 자유의 여신봄 2025. 12. 2.

2023년 방영된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평범한 입시물도 가벼운 로맨스도 아닌, 탄탄한 서사와 복합적인 메시지를 품은 사회성 짙은 완성형 작품입니다. 주인공 정경호와 전도연의 내공 있는 연기력에 따른 시청률과 화제성은 물론, 깊이 있는 구성과 완성도 높은 전개, 그리고 사회를 관통하는 메시지까지 갖춘 이 작품은 재미와 감동을 넘어 작가주의적 시선으로도 충분히 분석할 가치가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일타 스캔들의 치밀한 구성과 서사 전개 방식, 그리고 내포된 사회적 메시지를 작가적 관점에서 깊이 있게 탐구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일타스캔들 사진

복합장르 구성의 치밀함 

일타 스캔들의 서사는 단선적 구조를 피하고 다층적 플롯을 기반으로 빠르게 전개됩니다. 한 축에는 로맨스와 가족에 대한 서사가 있고, 또 다른 축에는 입시와 사회적 압력이라는 현실적인 구조적 갈등이 존재합니다. 작가는 이 두 축을 병렬이 아닌 교차 구조로 설계함으로써 시청자에게 복합적인 몰입 경험을 제공합니다. 주인공 전도연이 맡은 남행선과 정경호가 맡은 최치열의 로맨스는 드라마의 중심 줄거리로 기능하지만, 단지 로맨스뿐만 아니라 각자의 상처와 사회적 위치를 전제로 한 깊이 있는 서사입니다. 남행선은 자신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가족을 위해 기꺼이 헌신한 인물로 자립적이고 현실적인 여성상을 보여줍니다. 최치열은 더 프라이드 학원 소속의 가장 유명한 일타 강사로서의 성공 이면에 공허와 외로움을 지닌 인물이며, 그의 불면증과 불안은 한국 사회의 성과 중심 문화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또한 이 드라마는 복선과 암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구조적 장치를 통해 초반에 등장한 단서들이 후반에 의미 있게 회수되도록 철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수희 캐릭터는 처음에는 단순한 강박적 엄마처럼 보이지만 그녀의 행동은 결국 입시제도에 내몰린 부모의 왜곡된 책임감이 낳은 비극으로 귀결됩니다. 이러한 플롯 회수의 정교함은 시청자로 하여금 서사 전반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하며 이는 작가적 구성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개의 리듬과 균형

스토리텔링에서 속도감과 감정선은 작품의 완성도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일타 스캔들은 첫 화부터 시청자에게 몰입감을 주기 위해 빠른 캐릭터 소개와 배경 설명을 진행하지만, 이는 단지 정보 나열이 아닌 상호작용을 통한 정보 전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캐릭터 간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와 설정이 드러나도록 하여 서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합니다. 특히 감정선의 조율 방식은 작가적 통찰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로맨스가 급진적으로 발전하지 않고 서서히 다가가며 불안과 갈등, 그리고 오해를 거쳐 공감으로 완성되는 구조는 현실성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극의 흐름에 감정적으로 동화되도록 만드는 주요 장치이며, 감정이 전개를 지배하지 않도록 사건 중심의 서사를 병행하는 균형 감각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중반 이후 조수희와 관련된 사건과 입시 부정 의혹, 그리고 치열의 과거 트라우마 등 주요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서사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부분은 특히 강력한 설계의 산물입니다. 복잡한 갈등 구조를 단일한 입시 문제에 귀결시키지 않고, 각 인물의 선택과 가치관으로 연결시킴으로써 단편적 전개를 탈피한 점은 작가의 서사적 역량을 보여줍니다.

사회적 메시지

드라마가 단순한 오락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핵심은, 결국 사회적 맥락을 이야기 안에 어떻게 녹여내고 공감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일타 스캔들은 입시, 가족, 여성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현대 한국 사회를 다각적으로 투영합니다. 먼저, 입시 중심 사회의 부작용은 이 드라마의 핵심적인 사회적 메시지입니다. 대한민국 특유의 교육열과 학벌주의,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 사교육 시장의 폐해가 캐릭터들의 삶을 구속하는 배경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조수희 캐릭터는 그 극단을 보여주며, 결과적으로 자녀에게 가해지는 교육 폭력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를 매우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입시는 평범한 사건의 소재가 아니라, 인물들을 지배하는 구조적인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능하며, 이는 단일 사건이 아닌 구조적 비판으로 이어집니다. 두 번째는 가족의 형태와 그 안에서의 역할입니다. 남행선은 조카를 딸처럼 키우는 비혼 여성의 가족을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가족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선택적 가족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설정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다양해진 가족 형태를 반영하며,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에 대한 재고를 유도합니다. 세 번째는 여성 서사의 복합성입니다. 남행선과 조수희, 장서진 등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삶의 선택을 하고 있으며 그 선택들이 단순히 도덕적으로 이분화되지 않고 각자의 맥락 안에서 설득력 있게 그려집니다. 특히 남행선은 희생적이고 모성적인 인물이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능동적인 여성으로 그려져, 기존 드라마에서 흔히 소비되던 전형적인 여성상을 탈피합니다.

 

드라마 일타스캔들 최치열 사진

 

이처럼 일타 스캔들은 사건 중심의 드라마를 넘어서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내포한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는 작가적 관점에서 매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지점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탁월한 서사 구성력과 현실 인식, 그리고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 사회적 메시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한국 드라마의 서사적 가능성을 넓힌 대표작이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감정의 흐름과 사건의 전개, 그리고 인물의 변화가 구조적으로 정교하게 맞물리는 이 드라마의 설계는 단지 재미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의 결과로 보아야 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이야기의 기능적 도구를 넘어 각자의 사회적 배경과 가치관, 트라우마를 내포한 현대인의 대표로 구성되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갈등과 화해의 과정은 현실의 단면을 투영합니다. 입시제도, 가족 구조, 여성의 역할과 같은 복잡한 사회 문제들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작위적으로 강조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담담하면서 현실성 있는 디테일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낸 점은 이 드라마가 소비형 콘텐츠를 넘어 일종의 사회 서사적 드라마로서 기능하게 합니다. 결론적으로 일타 스캔들은 오락성과 예술성, 현실성과 감정선의 균형을 모두 갖춘 완성도 높은 서사물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발적인 흥행으로 소비되기보다는,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의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지닌 콘텐츠입니다. 재미와 감동을 넘어 현대 한국 사회의 민낯과 인간 내면의 복합성을 성찰할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 이들에게 이 작품은 깊은 여운과 통찰을 제공할 것입니다.